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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핏줄에 불안함을 새기고 태어난 사람이다. 또 나의 불안은 아주 오래 학습된 것이기도 하다. 어릴 적부터 그랬다. 여기저기 공처럼 누군가에게 패스하듯 자랐던 날들, 오늘은 여기에 있지만, 내일은 여기에 없을 수 있다는 생각들은, 혼자 남는 미래를 당겨와 자꾸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나는 습관처럼 불안해졌다. 나는 뭔가를 시작할 때마다, 끝을 점치듯 자주 보러 다녔다. 하지만 그 어떤 것이라도, 단 한 번이라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 좋은 끝이라는게 세상에 존재하기나 할까. 끝은 언제나 나빴다. 때문에 찾아오는 그 불안함 역시 끝이 없었다.
시작부터 나쁜 미래를 생각하지 말라는 말을 살면서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그건 정말로 셀 수 조차 없다. 내 곁에 왔다간 모두가 한목소리로 말했다. 시작부터 끝을 생각하지 말라고. 그건 아마도, 불안함으로 곁에 있는 사람을 휘두르는 나 때문이었겠지. 내 불안함으로 너를 조급하게 만들고, 너를 닥달하고, 너를 못살게 굴었던 날들. 내 불안한 얼굴을 열어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나를 떠났다.
나는 그냥 아닌척 웃었던 것도 같은데, 너는 그런 나를 금새 알아차렸다. 내가 미래를 빌려와 벌써부터 걱정한다는 걸 알게된 네가, 이런 나를 고쳐놓고 싶어 하는 것 같아 징징댔더니, 어쩐지 난생 처음 들어보는 대답을 했다. 나를 고치려는게 아니라, 마음이 편해질수 있도록 같이 노력하는거라는 말. 그 말이 왠지 마음에 조금 오래오래 남았다. 타고난 불안함이 처음으로 옅어지는 기분이었다. 마음을 놓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