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언제부터 잘 안울었는지 못 울었는지 모르겠다. 세상에 태어나 울고 싶은 일은 너무 많지만, 생각해보면 나는 거의 울지 않는다. 내게 이제 우는 방법은 원초적인 것만 남아서, 몸이 아파 울거나 자는 도중에 꿈을 꾸고 울었거나 하는 경우만이 내게 남은 것 같다. 지난 사람들 몇몇이 내게 말했다. 나는 니가 좀 울었으면 좋겠다고, 너는 도대체 왜 울지 않느냐고. 그래도 나는 지난 사람들 앞에서 울지 않았다. 아니. 울지 않았는지 못했는지 역시 잘 모르겠다.

헌데, 근래에 주변사람들이 자꾸 내 앞에서 울었다. 나도 소리내어 울고 싶은데, 나는 절대로 눈물을 보일 수가 없었다. 타인을 안아주는 내 두손은 여기 있었으나, 나를 안아주는 손이 없어서, 그게 너무 힘이 들었던 것 같다. 울지 못해서, 그래서 아팠다. 잠들 때마다 꿈을 꾸었다. 원초적인 방법으로만, 나는 울었다.

나는 내 속이 얼마나 망가져 있는지 알고 있다. 할 수 있다면 나를 모조리 다 뜯어다가, 하나씩 고쳐놓고 싶은 심정이다. 나는 절대로 과거에서 떨어져 나올 수 없는 사람이다. 아무리 현재를 살아도, 내가 절대로 과거에서 떨어져 나올 수 없다는 사실이 언제나 나를 힘들게 한다. 내게는 더 이상 발 디딜 곳이 남아있지 않다. 주저앉은 바닥이 무너질까 무섭고, 이대로 올라갈 수 없을까봐 무섭다. 바닥이 무너지는데, 하늘에서 내려온 줄은 썩은 동앗줄인 것만 같다. 때문에, 잡고 올라갈 수도 없다.

나는 내가 제발, 달마다 한번씩은 찾아오는 우울을 대수롭게 넘길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이번의 달거리 우울은 최근 몇년중에서도 유례없는 일이라 여겨질만큼 너무도 심한데, 그래서 나는 주변사람들을, 무엇보다도 나를 가장 힘들게 했다. 몸에 나쁜 과자와 초콜릿을 얼마나 많이 까먹으면서 버텼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내게는 입에 넣는 그 짧은 순간의 일분일초의 행복이 너무도 필요했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 모든 것이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러니 지금 너도, 어쩔수 없다고 믿는다.

따라서, 며칠 블로그를 숨겨두었던 이유는, 과거를 읽는 내가 너무 힘이 들어서 그랬다. 굳이 과거 속으로 걸어 들어가서, 또 과거의 책장에 파묻혀서, 힘들었던 나를 읽으려 드는 내가, 그 우울함에 복받쳐 뭔가를 쓰려고 하는 내가, 나는 견딜 수 없을만큼, 힘이 들었다. 이렇게 못난 우울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엔 또 이렇게 쓰고 말았다. 이 일기의 처음부터 직전의 문단까지는, 이미 며칠전에 썼던 일기다.

내게는 타인을 안아주는 두 손이 있지만, 나를 안아주는 손은 어느 한쪽도 없다. 처음부터 방법은 언제나 늘 잘못 되었다. 문자나 전화, 쪽지 등으로 괜한 걱정을 끼친 것 같아서 죄송하고, 이렇게 못난 나를 걱정까지 했다면 감사합니다. 헌데 정말로 신변에는 아무일도 없었고, 다만 이렇게 보잘 것 없는 이유 때문이었어요. 그리고 이제 모든 것은 끝났고, 그래서 다 괜찮아졌어요. 돌아왔습니다. 컴백홈. 아직 우린 젊기에, 괜찮은 미래가 있기에, 자 이제 그 차가운 눈물은 닦고, Come Back Home.

그래. 모든 것은 끝났다. 이런식으로 돌려서 표현하지 않아도, 또 굳이 구구절절 말하지 않아도 괜찮다. 어쨌거나 나는 네가 나를 떠날거란 사실을 안다. 나는 과거에, 눈칫밥을 오래 먹고 자랐다. 그래서 나는 눈치가 빠르다. 이게 딱히 자랑은 아니지만, 그러니까 이게 별일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