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을 맞고 하루가 지났다. 아침부터 출근 알람이 빽빽 울었지만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었다. 왼팔의 근육통이 너무 심해서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평소보다 무려 40분이나 늦게 일어났다. 이렇게 제대로 씻지도 못한 얼굴로 출근을 할 바에야 연차를 쓸까 잠깐 고민했지만, 오늘은 전체 법인의 월간 자금 보고가 있는 날이었으므로, 어떻게든 회사에 가야만 했다.

그래서, 출근했다. 타이레놀을 먹기 위해 아침을 살뜰히 챙겨 먹었으나 약을 먹어도 도통 나아진 기분이 들지 않았다. 그 뒤로는 하루 종일 컨디션이 어느 바닥까지 갈 수 있는지를 시험한 기분이 든다. 하루 종일 미열이 있고, 두통이 있고, 무엇보다도 관절 부위가 너무 뜨끈뜨끈하다. 도통 몸에 힘이 없어서, 근육이 단숨에 공룡처럼 내게서 멸종한 기분이 들었다.

몸에서 면역체계를 만들어 내기 위해 애쓰고 있는 건지, 하루 종일 뭐가 먹고 싶고 입이 심심하고 그렇다. 쿠키를 열 개나 넘게 까먹고, 젤리도 까먹고, 초콜릿도 까먹고, 또 이상하게 하루 종일 순대랑 족발이 너무 먹고 싶지 뭐야. 그래서 기어이 저녁에는 족발을 시켜 먹었다. 그리고 아이스크림을 먹었고, 지금은 과자를 까먹고 있고, 탄산음료를 마시고, 음.. 혹시 백신 부작용 중에 뱃속에 거지가 들어앉는 게 있나 싶어져서 어제 받아온 백신 주의사항을 살폈지만 눈을 씻고 다시 찾아봐도 그런 것은 없다. 아니요. 그럴 리가 없는데.

이상하게 발목이 계속 뜨끈뜨끈하다. 발목에 자꾸 열이 난다. 전자레인지에 돌린 찹쌀떡처럼 몸이 축축 늘어지는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그래서인지 괜히 마음까지 말랑하게 녹은 기분이 든다. 미련을 길게 늘이며 붙잡았던 마음들이, 아무런 힘이 없는 마음들이 자꾸만 늘어난다. 마음이 늘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