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무슨 꿈을 꾸며 사는 걸까. 들어보면 주변 사람들 꿈은 이건 꿈이야.라고 느낄 만큼 허무맹랑하거나 말이 안 되는 꿈을 자주 꾸는 것 같은데, 나는 거의 대부분 일상적인 꿈을 꾼다. 그것도 지나칠 정도로 일상적인 꿈. 가령 집에서 빨래를 한다거나, 설거지를 한다거나, 회사에서 일을 한다거나 하는 것들, 몇 개를 나열하고 보니 왜 꿈에서도 나는 일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암튼 그렇다. 그런 가벼운 일상적인 꿈을 자주 꾼다.

그래서 가끔은 자고 일어나면 꿈과 현실이 너무 맞닿아있어 어느 쪽이 현실인지 때로는 헷갈릴 때가 있다. 언젠가는 밀린 빨래를 하는 꿈을 꿨는데, 꿈속에서 밤새워 빨래를 했건만, 눈을 떠 보니 빨래통이 꽉 차 있었다. 그걸 보는 내 마음은 어디에도 말하지 못할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술을 마시게 되고, 기억이 끊기기 시작했을 때부터는 더했다. 잠든 상황, 잠들기 전의 장소, 잠들기 전에 만난 사람들을 모두 내 꿈속에 데려왔다. 내 꿈속은 잠들기 전처럼 소란스러웠으므로, 잠에서 깨면 꿈에서 있던 일들이 술에 취한 채 있었던 일이었는지, 꿈이었는지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몇 번을 물어보고 나서야, 많은 것들이 꿈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내 꿈속으로 전부 데리고 잠이 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미 많은 일들을 꿈처럼 여기고 있지만, 개중엔 꿈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다. 꿈인 척 모른척하는 것일 뿐. 모른 척은 언제나 쉬우니까.

어쨌거나 술을 마시지 않더라도, 나는 내 그대로를 꿈속으로 자주 데려오는 편이다. 그날 어떤 일들이 마음에 걸리면 그대로 꿈속에 투영된다. 그래서 가끔 누군가에 대한 고민을 하면, 그 사람이 꿈에 나와 내 속을 헤맨다.

​어제 잠들기 전, 문득 관계에 대한 고민을 했더니, 밤새 그 사람이 나와 내 속을 헤맸다. 내 우거진 마음을 헤집고 돌아다녀 마음이 아팠다. 나라는 사람은 왜 이토록 명징한 것일까. 마음을 아무리 닫아도 꿈속에 내 마음에는 걸쇠가 없는 것 같다. 누군가 낱낱이 마음을 열어본 기분이 든다. 이럴 때면 분명해지는 내가 싫다. 내 마음을 모른척할 때마다, 이런 꿈을 꾼다. 하지만 꿈속의 나는 모른척할 수가 없잖아. 부디, 내 마음을 모른척 하고 싶을 때 나를 모른척 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