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우리의 삶 속으로 파고든지도 벌써 일 년 반이 넘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질병이, 이토록 많은 사람들의 삶을 이렇게까지 바꾸게 할 것이라고 그 누군가는 정말로 예상했을까. 나조차도 이렇게 오래도록 내 일상을 바꿀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나는 항상 새 달마다 인생이 한 번에 뒤바뀔만한 그 어떤 특별한 일을 꿈꿨다. 하지만 그게 코로나가 되리라고 나는 상상하지 못했다.

우리의 연대기는 Before Christ와 Anno Domini에서 Before Corona와 After Corona로 완전히 변해버린 것만 같다. 적어도 지금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는 그리스도의 탄생보다 코로나의 탄생이 더 중요하리라. 내 생에 새로운 연대 기준이 코로나가 되다니. 정말이지 이상하다. 어쨌거나 코로나 이후의 시대, 나는 옷보다 마스크를 더 많이 산다.

오늘 오후에 갑자기 잔여백신을 맞았다. 며칠 전에는 엄마를 예약해 줬고, 친구들이나 지인들 중에서도 백신을 맞거나 예약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생겨나도, 나는 언제쯤 내 차례가 되려나 하고 별생각 없이 있었다. 근데 내가 원래 남이 버린 취소표 같은 것들을 잘 줍는 사람이라, 한번 해볼까 싶어서 일하면서 핸드폰 화면을 켜두고 새로고침을 틈틈이 누르다가 점심시간이 되기 전에 갑자기 예약에 성공했다. 아니 이걸 또 줍네. 부동산도 아니고 줍줍에 성공했다. 음식점 노쇼가 문제라더니 나 참 백신조차 노쇼가 있을 줄은 몰랐다. 사실 그걸 이렇게 시스템을 구동해서 선착순을 할 줄은 더 몰랐고.

거의 많이 못 만나고 있지만, 그래도 좋아하고 보고싶은 사람들을 만나게 될 때마다, 혹시나 내가 무증상 확진자일까 매번 조금씩 두려웠는데, 이제 그러지 않아도 된다면 그것으로 족할 것 같다. 나는 언제나 내가 아픈 것보다 누군가 나로 인해 아플 것이 더 두려운 사람이니까. 그러니까 내가 다 아플게. 너는 앞으로도 아프지 마.

하지만 오늘은 퇴근하고 잠실에서부터 집까지 두 시간을 걸어오는 날이었다. 오늘 걸어 다니며 한강을 볼 생각에 설렜는데, 친구들이 귀신같이 알고는 오늘은 걷지 말고 집에 들어가라 그래서, 야근만 가볍게 하고 집에 돌아왔다. 워킹패드도 한 시간 타고 싶은데 그것도 일단은 쉰다.

팔이 많이 아프고, 약간의 열이 나는 것도 같다. 내일은 사실 굉장히 바쁜 날이라서 출근은 꼭 해야 한다. 그러니까 몸뚱이야 힘을 내. 우리는 지지 않기로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