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사이에, 서른두살이 되었다. 5,4,3,2,1.. 그리고 서른둘, 그 순간에 일제히 울리는 종소리도, 왠지 모르게 내지르는 사람들의 함성도, 내가 나이를 먹는 순간이, 때때로는 감동적인 것 같다고도 생각한다. 그런 감동적인 순간에.

금요일 밤에 집에 들어가, 월요일 새벽까지 한발자국도 나가지 않고 집에 있었다. 아픈 몸이 한 몫을 했고, 두 몫은 또 네가 했다. 집에 가만히 틀어박혀있는 일, 서른두살, 새해의 첫번째 꿈은 소가 될 심산이었다. 누워서 잠을 자고, 일어나 밥을 먹고, 이따금씩 TV를 보다가 잠들고 깨기를 셀 수 없이 반복했다. 그리고 나는 그게 싫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내 방의 암막커튼은 창밖의 빛이 새지 않아서, 내 밤낮을 잊게 했고, 또 밤낮을 바꾸기도 했다. 이틀 동안, 나는 전구색의 스탠드만 켜놓고, 형광등은 켜지 않고 지냈다. 그럴수록 방 안의 분위기는 점점 더 완벽해지고, 나는 여기가 다른 세상인 것만 같았다. 그 속에서 현실과 꿈이 구분되지 않는 꿈들을 여러번 꿨다. 정말로 정말로, 모든 것이 비현실적이었다.

모모가 이따금씩 짖었고, 나는 그 때마다 꼭 끌어안거나, 머리를 자주 쓰다듬었던 것 같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털이나 체온이 내게 닿을 때마다 느껴지던 생경함은, 핸드폰에서 메세지들이 징징 울던 때처럼 자주 찾아왔지만, 나는 계속해서 그 기분을 떨쳐내려 애썼다. 그래서 이어지는 꿈들을 꿨다. 나는 사실 무서웠고, 그리고 떨쳐내려고 하는 내가 가장 무섭기도 했다.

오늘 아침에 이틀 만에 문을 열고 나오면서, 그 어떤 짧은 세계가 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알처럼 부서지기 쉬운 세계에서, 새알 마냥 품어지고 싶던 나는, 아직도 내가 얼마나 자라지 못한 사람인지, 또, 잘하지 못하는 사람인지를 깨닫게 했다.

집 안에 들어가, 집 밖으로 나왔더니 그 새 나이를 먹었다. 내 나이 서른둘이 어떨지, 또 나보다 남들이 더 걱정하는 여자 나이 서른둘의 무게가 얼마큼일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여전히 이렇게 철이 없으니까, 늘 그랬듯이, 새해의 다짐은 하지 않을 셈이다. 여태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렇듯이, 나는 여전히 살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