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이나이나넷이 다시 열렸다. 마지막으로 쓴 일기가 작년 6월 말.. 세상에 일기를 일년만에 쓰다니 이제 내가 쓰는건 일기가 아니라 연기라고 이름 붙여야 하는게 아닌가 싶은 오늘. 오늘따라 부쩍 날도 연기처럼 부옇다.

어느새 서른 넷의 절반에 왔다. 모두에게 해당되는 건 아니겠지만, 서른즈음부터는 새로운 사람을 알게되는 일이 급속도로 줄어드는 것 같다. 내가 누군가의 뉴페이스가 되지도, 누가 나의 뉴페이스가 되지도 않는 요즈음. 이십대의 나는 한없이 어렸던 치기로, 누군가 나를 떠나도 금방 새로운 사람으로 채우거나 채워졌던 것 같은데, 이제는 누군가 나를 떠나면, 그 자리에 어떤 작은 구덩이가 생기는 기분이다. 깊었던 관계에선 깊다란 구덩이가, 얕았던 관계에선 야트막한 구덩이가. 이건 마치 나이를 먹은 증표같다. 마음이 얽은 데가 많아졌다.

그래서 요즘은 타인에게 나를 소개 할 일이 거의 없다. 나이를 말할 일이 없으니, 나이를 먹는 걸 잊는 기분이다. 언젠가는 제 나이로 보이고 싶어서 애썼던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제 나이를 말하는 것이 자꾸 헷갈린다. 진짜 그래서 그런 것이지, 내가 어려보이려고 내 나이를 한두살씩 깎아먹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나이는 자꾸 헷갈리지만 빼도박도 못하는 것 한가지는, 어쨌거나 나는 삼십대 중반이라는 것이다.

요즘 출근길 아침마다 빵에 꽂혀서, 400칼로리를 넘는 머핀을 매일 사와서 아침으로 먹었더니 허리와 옆구리에 볼록하게 군살이 붙었다. 이게 먼저와서 삼십대를 살던 사람들이 말하던 나잇살인가. 쉽게 찌고 절대 빠지지 않는다는.. 이제 나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아침마다의 행복이 애먼 곳에 빵빵함으로 돌아왔다. 매일 아침 느꼈던 행복을 허리에 켜켜이 쌓아둔 기분이라니, 울적할 때마다 이 허리춤의 행복을 꺼내쓸 수 있다면 좋겠다. 옆구리살이여 물러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