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배려하지 않고 살고 싶다. 진짜 이만큼이나 컸으면 착한아이 콤플렉스 같은건 좀 버릴 때도 되지 않았나. 어쩌자고 나는 아직도 이모양인걸까. 태어나 소유하는 법을 제대로 알기도 전에, 양보하는 법을 먼저 배워야 했다. 단 한 번도 내 것이 없던 삶. 나를 낳은 엄마조차 이복형제들에게 양보하며 자라온 날들. 그게 당연하다고 믿었던 그때의 어린 아이는 어른인척 하기 바빴고, 자라서는 착한아이인 척 하기 바빴다.

나는 우리의 관계를 다치게 하지 않기위해서, 내 마음을 항상 다치게 한다. 내 배려에는 끔찍하게도 착한 척 하는 아이가 언제나 있다. 나의 마음도, 내 목소리는 언제나 묵살한채로 그저 착한 척 하고 싶어하는 아이가.

그러니까 내가 얼마나 마음을 소리내지 못하게 하는지, 내가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았을지, 네가 알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래서 나는 왜 나를 배려해주지 않냐며 가끔 엉엉 울고 싶지만, 너를 원망하지 않는다. 이조차 착한 척을 하고싶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나를 배려하지 않는 사람이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너무 지쳤다. 누구도 배려하고 싶지 않다. 헤어지고 싶다. 나를 배려하지 않는 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