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탓일까. 새벽부터 추웠다. 불과 지난 주까지만 해도 덥다며 에어컨을 켜고 잠들었던 것 같은데, 어젯밤에는 거실에서 창문을 열고 자다가 추워서 깼다. 90분이 지나서 자동으로 꺼진 찜질팩을 다시 켜고, 방에 들어가 도톰한 이불을 꺼내와 덮었다. 찜질팩의 온기로 허리가 금새 따뜻했고 체온이 맞닿은 쪽 역시 따뜻했지만, 어딘가 부쩍 추워진 것 같다고 생각하던 새벽.

창문으로 옅은 비바람이 자꾸 들어왔다. 진짜 가을이 오나보다 생각했는데, 뜬금없이 모기 한마리가 밤새 우리를 떠돌았다. 이런 날씨엔 귀뚜라미가 더 어울리는 거 아니었나. 긴 장마에도 보이지 않던 모기 한마리가 철 지난 줄 모르고 유달리 극성이다.

올해는 참 이래저래 기록적이다. 유래없는 코로나에, 비에, 태풍에, 사회도 시끄럽고 복작스러운 탓일까. 마음이 나 역시도 시끄럽고 복잡스럽다. 세계는 기록적인 날들이 계속되는데, 나는 기록하지 못하는 날들만 끝없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