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무엇인가를 쓴다. 나도 모르게 뭔가를 이라고 적다가 무엇인가라고 고쳐썼다. 말할 때 뭔가 라는 말을 많이 쓴다는 걸 알게 된 건, 불과 반년도 지나지 않았다. 나는 말할 때마다, 거의 매번 뭔가 라는 말을 꼭 붙여쓴다고 했다. 그제서야 내 오래된 습관을 알게 됐다. 그 말을 나에게서 발견한 너도, 그 다음날로 내 습관이 되었다. 뭔가를 발음할 때마다, 뭔가를 찾아준 너를 생각하게 됐다. 오래된 습관과 새로 생긴 습관, 나는 두개가 몹시도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그게 잘못이었을까. 뭔가와 너를 연결지었던 것. 그래서 이렇게 뭔가 알 수 없이 되어버린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 지금 이 상황도, 뭔가, 뭔가, 뭔가 이상해.

나는 변했다. 가족도 그랬고, 친구들도 그랬고, 주변 사람들도 그랬다. 이러는 나는 처음봤다고, 나 역시도 그렇게 생각했다. 이러는 나는 처음이었다. 그러나 나는 서글프게도 네가 눈치채지 못할만큼만 변했다. 어쩌면 너는 내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게 당연할만큼. 그래서 당연한 너와 하나도 당연하지 않은 내가 있다.

나는 뭔가, 뭔가, 뭔가 잘 모르겠다. 아니 사실 알고 있는거 같기도 하는데, 모르는 척 한다. 마음의 회로가 너무 복잡해서 어디부터 봐야하는지, 또 어디를 때우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이럴 줄 알았으면 초등학교 때 납땜 실습을 좀 더 열심히 해볼걸. 과 같은 이상한 생각들을 한다. 회로는 어딘가 끊어졌거나, 닳아 없어졌거나, 암튼 길을 잃었다. 뭔가, 뭔가 잘 모르겠지만 그냥 한다. 사실 내가 옛날부터 모르는 척 하는건 되게 잘했다. 알면서 모르는 척 하는덴 도가 텄다. 천성은 어디안간다고 했다. 그러니까 이 천성도 어디안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