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죽박죽하다. 몇십권이나 되는 장편소설을 손에 닿는대로 꺼내 읽고 있는 기분이 든다. 나는 미래였다가 현재이기도 하고, 현재였다가 과거로 돌아가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이 미래를 안다. 앞으로 벌어질 일들이 눈을 감으면 선하다. 오늘의 나는 미래의 내가 죽을만큼 미워하게 될 사람이다.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이라는 말을 자주 하지만, 정말로 우리가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다른 선택을 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나는 몇 번의 시간이 돌려지더라도, 언제나 이 모든 것을 또 다시 겪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번 고쳐죽더라도, 끝내 나는 같은 선택을 할 사람이다.

그래서 너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과, 화가 나는 마음이 공존한다. 이해하지만 화가 나는 마음을 정말로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나는 이런 선택을 하지 않을거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이해되지 않는 일을 어떻게든 이해하려고 하고 있는 것만 같아. 맞지 않는 신발에 나를 욱여넣고 있는거 같아. 너를 이해하기 위해 내 마음을 망가뜨려야 해서, 그래서 나는, 너를 이해하면서도 너무 화가 나.